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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ㄴㅅㅅ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3. 10. 8.
시편 39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3. 8. 20.
1차 / GL 그날로 돌아온 것만 같은 순간이 있다. 햇살이 내리비치는 면적과 살갗에 닿는 바람과 들이켜는 공기와 형용하기 힘든 향이 그 순간을 그대로 도려내서 가져온 날. 니케피엔은 문득 메리로타를 향해 걷다 그 순간을 맞이했다. 왕국의 정원을 평화로이 누비던 그날 말이다. 넓은 저택의 정중앙에서 멈춰선 니케피엔은 주변을 돌아봤다. 그 어디에도 나의 세상은 없었다. 그런데도 왜 그 순간으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을까. 니케피엔은 자신의 뺨 위에 얹어지는 시원한 손에 한쪽 눈을 묻었다. 코와 입술의 반까지 묻고서야 니케피엔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가 지금 행복한 거구나. 거친 손바닥에 길게 입을 맞추듯 얼굴을 완전히 파묻는다. 너로 인해 내가 이토록 행복한 거였구나. *** 잠이 오질 않아. 니케피엔은 자신의.. 2022. 9. 2.
1차 / GL 눈이 정말 아름다워요. 레니발렌이 평생 들어온 칭찬이다. 짙고 붉은 그의 눈을 볼 때면 애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아름답다는 말만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 말이 싫지 않았다. 어떻게 싫을 수가 있겠는가. 고명한 가문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소리인데. 흑단같이 새까만 머리카락이며 와인같이 붉은 눈동자며. 그를 저 아득히 먼 곳에서 보았다고 한들 쉽게 눈을 떼지 못할 터라고, 어른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했다. 레니발렌은 그 모든 말이 싫지 않음과 별개로 자신의 눈동자에 아주 가끔 아쉬움이 생기곤 했다. 하나뿐인 누나의 눈동자를 닮았더라면 어땠을까. 엷은 분홍색이 일렁이는 누나의 눈동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가 아는 사람 중에선 그렇다. 오로지 그만이 누나의 눈동자를 부러워했다. 한 번은 이 말.. 2022. 8. 14.
2차(헌터X헌터) / HL(드림) 키스해줘. 히소카는 그 한마디 툭 내뱉곤 평소같이 웃었다. 매끄럽게 올라가는 입꼬리가 얼마나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지 알 터다. 그걸 알고도 짓는 웃음은 언제나 불쾌하다. 유쾌한 거라곤 시원하게 올라가는 저 입꼬리뿐. 로시는 그 꼴이 참 보기 싫었다. 얼마나 보기 싫었냐면 순간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저 긴 속눈썹조차 거슬릴 정도로. 숨을 크게 들이켰다. 얇은 검정 나시를 입은 흉부는 부풀었고 어깨는 절로 올라간다. 길게 들이켠 숨을 짧게 내쉰다. 호흡이 마치 코웃음 치는 것만 같다. “내가 왜 해줘야 하는데?” 그리 차이 나지 않는 키 차이는 편안한 시선을 만들었다. 로시는 한 뼘 떨어져 있던 벽에 등을 기댔다. 축 늘어진 두 팔로 팔짱을 끼고 턱을 치켜든다. 한순간에 오만해진 표정은 조금 전까지의 .. 2022. 7. 9.
1차 / GL ▒▒하는 성녀님께, 형식적인 편지는 몇 번 받아봐서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옳고 그른지 알고 있습니다. 그 옳고 그름을 쫓다 버린 잉크와 종이로 저의 발아래는 디딜 틈조차 없습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은 처음이라 어떻게 써도 제 마음에 들지 않네요. 완벽한 글을 상상했지만 막상 잉크 먹은 제 펜은 지저분한 말을 남기고 맙니다. 성녀님께 글을 쓰자고 마음을 먹은 날 이후로, 저는 쌓이고 쌓인 종이 뭉치들 아래에 뒤덮여 시간만 축냈습니다. 결국 마지막 남은 이 양질의 종이에 인사를 보냅니다. 시간은 언제나 야속한 편이라 어느새 성녀님이 떠난 지 일 년이 되었습니다. 보통 먼저 떠난 이에게 편지를 쓸 때 그 사람의 생일에 많이들 쓴답니다. 처음엔 그 말을 듣고 문득 성녀님의 생일이 궁금해 이곳저곳.. 2022. 6. 6.
1차 / BL 기껏 커피를 탔더니 마시지 않겠단다. 현은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인 두 커피잔과 소파에 막 앉은 한을 번갈아 봤다. 막 내린 커피에선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고, 소파에 앉은 한은 헝클어진 앞머리를 뒤로 연신 쓸어 넘겼다. 손가락 사이로 새까만 머리카락과 축축한 물기가 흘러내렸다. 현은 자리에 앉으려다 말고 서랍에 구비된 수건 한 장을 꺼냈다. 창밖에선 소나기가 미친 듯이 쏟아졌다. “걸어왔니?” 그리 말하며 자연스럽게 한의 얼굴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괜찮다고 고개를 빼려니 현은 가만히 있으라며 하얀 수건으로 냅다 한의 입부터 문대버렸다. 선배가 괜찮다는데 뭐 어쩌겠는가. 한은 자신의 앞에 선 이를 올려다보며 뒤늦은 대답을 했다. “근처에 일이 있었습니다.” “잠시 들린 거야?” “거길 잠시 들린 .. 2022. 6. 2.
1차 / HL 누가 그랬는데 텔레비전은 바보상자란다. 상자 자체가 바보란 게 아니라 그 상자만 계속 보게 되면 바보가 되는 거랬다. 어릴 적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텔레비전을 자주 보는 편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한 걸지도 모른다. 네모난 상자만 계속 본다고 바보가 된다면, 어쩌면 그 사람은 원래부터 바보였던 게 아닐까. 여루는 같은 자세로 굳어있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분명 푹신하다고 생각했던 소판데 계속 누워만 있으니 어째 돌침대처럼 딱딱하다. 먹먹해진 머리는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고 헝클어진 머리카락 끝은 누군가의 동아줄이었다. 한참 머리를 중심으로 상체를 비틀거리던 여루는 힘겹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온몸이 땀에 푹 절여졌다. 내가 무슨 피클도 아니고. 흰 반팔을 위로 끌어올려 젖은 이마와 콧잔등을 닦아냈다... 2022. 6. 2.
1차 / - *폭행 트리거 주의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일정 고통을 넘기면 고통이 안 느껴진다고 했었나. 아무래도 화도 고통과 비슷한 계열인 것 같다. 카르노는 아무 말 없이 삐걱거리는 나무 의자에 앉았다. 두 다리를 쩍 벌린 채 팔짱을 끼고 앉으니 순식간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카르노의 앞에 선두로 서서 브리핑하던 부사관은 입술을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안에서 이로 꽉 깨물고 있는지 입술 주변이 점점 혈색이 짙어졌다. “그래서?” “……네?” “더 있을 거 아냐. 빨리 말해.” 턱을 치켜들고 까딱이며 재촉했다. 서른 남짓한 어린 부사관은 마른침을 꼴깍 넘기다 퉁퉁 부은 입술을 벌렸다. “오후 네 시경, 무개호 안으로 포탄 총 네 개가 들어와 일부 손상이 됐습니다.” 코로 들이켠 숨은 입술 새로 긴 한숨으로 새어 나왔다.. 2022.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