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타입 샘플/입학식3 1차 / BL 인생이 이렇게 각박한 것인지 바다는 몰랐다. 오늘처럼 안 좋은 일이 한 번에 겹친 날이 있었던가? 먹먹한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도 최근엔 없다. 입학식이 시작된 강당 안은 습하다 못해 축축했다. 마치 내 교복처럼. 바다는 빗물에 젖은 마이를 벗어 바닥과 일체형이 된 가방 위에 내려놓았다. 급격히 늘어난 옷 무게에 어깨도 옷과 함께 늘어지듯 내려갔다. 진이 다 빠졌다.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나름대로 시작은 괜찮았던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기상예보에도 없던 비가 내리게 된 것? 아니면 평소보다 좀 더 빨리 나와버린 등굣길? 알고 보니 내가 문제일지도 모르지. 허탈함에 헛웃음이 힘없이 새어 나왔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자마자 확신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비가 올 것이다. 오늘은 전.. 2022. 3. 19. 1차 / GL 내가 살다 살다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 학교 마음에 드네. 연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강당을 쭉 훑어봤다. 학교 시설도 오면서 대충 둘러봤는데 그리 나쁘지 않고 중학교 때 친구들 몇 명도 같은 학교에 같은 반까지 배정받았다. 게다가 집이랑도 가까워 걸어서 등하교도 가능하다. 이런 게 가능하냐고. 속으로 주먹을 쥐고 환호를 미친 듯이 내질렀다. 그럴 수밖에. 연하가 다녔던 중학교를 떠올려보면 지금 연하를 둘러싼 이 모든 환경이 환상적일 수밖에 없다. 대체 교육청 위생평가에서 어떻게 폐교를 면하는지 여전히 궁금한 시설 상태, 데친 나물 같은 색의 교복, 집에서 버스로 열 정거장. 거기다 갑질하는 선배들까지. 최악의 시나리오를 열심히 짜고 또 짜도 이 이상으론 못 나올걸. 아직 뭔가 한 것도 없으.. 2021. 11. 14. 1차 / HL “오늘 날씨 좋다더니 곧 비 오겠는데?” “아, 망했네. 그런 거 있잖아. 입학실날에 비 오면 재수 없다 했던가?” “그런 걸 믿어?” “아니, 워낙 이 학교에 약간 이런 괴담이나 소문 같은 게 많아서 그렇지. “참나, 그런 것 좀 그만 믿어라. 애도 아니고.” 어딘가 찝찝한 슬리퍼 위 흰 양말과 차가우면서도 곧 비가 오려는지 눅눅하게 젖어 든 공기. 원래 이 학교 체육관은 전등이 약한 편인가? 날이 워낙 흐려서인지 사람으로 가득 찬 큰 체육관의 등은 어째 제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원하던 학교에서 떨어지고 집에서 버스로 일곱 정거장이나 거쳐야 하는 학교로 배정된 라베는 사람으로 가득 찬 체육관을 쭉 둘러봤다. 큰 금색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간다. 한참을 대화하느라 줄을 엉망으로 선 앞.. 2021. 5. 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