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H_ 2021. 12. 17. 18:47

처음엔 짧게 볼에 입을 맞추려고 했다. 그다음은 눈가가 되었고 그다음은 콧잔등, 또 다음은 입술. 거기서 끝내려고 했다. 네가 생각보다 겁먹은 것 같아서 달래주려고 그런 건데. 맞댄 입술을 떼어내니 괜히 아쉬운 듯 시선을 내리까는 모습이 귀여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의자에 앉은 네 볼과 어깨에 손을 얹었다. 밖에선 눈이 내렸다. 영하까지 내려간 날씨는 어젯밤부터 눈이 내리고 있었다. 너는 살짝 들린 고개에 눈을 감았다. 그러면서 희고 작은 두 손은 내 허리를 잡았다. 천천히 입을 맞췄다.

 

날이 추운데도 입술은 거칠기는커녕 말랑하고 촉촉했다. 살짝 힘을 빼고 짓눌렀더니 입술이 저절로 벌려졌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결이 새어 나왔다. 혀를 집어넣고 입천장의 중앙을 끝에서부터 쭉 쓸어올렸다. 그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자극이 됐는지 내 허리를 잡은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간지러웠다.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네 말캉한 혀를 툭툭 건드렸다. 입안에서 미끄러져 자꾸만 엇갈렸다. 그 엇갈림이 꽤 애가 탔는지 직접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혀끝이 살살 문질러지다 그대로 서로의 입 안 깊숙이 미끄러지듯 들어간다. 입안에서 뒤엉킨 타액과 숨결이 뜨거웠다.

 

어찌나 뜨겁던지 얼굴부터 목까지 점점 열이 오르는 것만 같았다. 눈꺼풀을 살짝 내리깔았다. 눈을 느릿하게 끔뻑였다. 눈을 질끈 감고 혀를 최대한 굴리며 입술을 오물대는 널 내려다봤다. 긴 머리카락이 추위에 아래로 축 늘어져 있었다. 나는 그 머리카락 사이로 차게 식은 손을 밀어 넣었다.

 

따뜻한 네 목덜미에 내 차가운 손이 닿자, 너는 어깨를 들썩이며 온몸을 잘게 떨었다. 그러다 실수로 내 혀끝을 깨물었다. 툭, 하고 혀끝이 네 이에 얕게 뚫리는 소리가 났다. 너는 놀라 질끈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당황해서 내 입 안 깊숙이 들어가 있던 혀를 빼고 입술을 벌렸다. 입술과 혀가 타액으로 진득하게 더럽혀져 있었다.

 

세상에, 미안해. 언니, 괜찮아...?

 

꽤 놀랐는지 너는 허리를 잡던 손을 올려 내 뺨에 올리고 날 올려다봤다. 딱히 아프진 않았다. 아플 정도로 세게 깨문 것도 아니고. 그저 혀끝에서 비릿한 피 맛이 조금 날 뿐이었다. 너는 당장 내 혀에 손을 대고 치유해줄 것처럼 올려다봤다. 괜히 놀리고 싶어졌다. 눈썹 끝을 살짝 내리고 혀를 살짝 내뺐다. 핏방울이 맺혀있었다.

 

...조금 아픈데.

 

혀에 맺혀있던 핏방울이 네 타액이 진득히 묻은 아랫입술로 떨어졌다. 네가 바로 뺨에 얹은 손을 혀로 갖다 대길래 고갤 뒤로 내뺐다. 뭐 하는 거냐며 당황한 얼굴에, 나는 네 양 손목을 잡았다. 그렇게 말고. 혀를 내밀고 네 입술을 핥았다. 놀란 듯 양손에 힘을 주길래 네 허벅지 위로 손목을 압박했다. 이렇게. 어서 원하는 걸 바라고 응석 부리는 어린애처럼 질척였다.

 

살짝 벌어져 살이 울퉁불퉁한 혀로 굳게 닫힌 네 입술을 연신 핥아댔다. 립 하나 안 발랐던 입술이 붉게 물들었다. 결국 져주는 건 늘 그렇듯 자상한 너였다. 입술을 천천히 벌렸다. 피 섞인 타액으로 실타래처럼 입술에 타액이 길게 늘어졌다. 뜨거운 숨결에 어서 얼굴을 처박고 혀를 밀어 넣고 싶었다.

 

이상하게 온몸의 피가 점점 들끓는 게 느껴졌다. 네 양 손목을 잡고 압박하는 손이 빠듯하게 당기는 걸 느꼈다. 유독 동그랗고 작은 네 앞니를 혀로 쓸었다. 상처에 이가 닿으니 살짝 따가워, 눈살을 찌푸렸다. 너는 그러지 말라는 듯 그 큰 눈으로 날 올려다보며 고갤 저었다. 네가 하지 말라니 안 해야지, 뭐 어쩌겠니. 압박하던 손의 힘을 풀었다.

 

내게서 풀려난 너는 다시 내 허리에 손을 올렸다. 나는 그런 네 목에 손을 올리고 입술을 물고 늘어졌다. 혀가 닿았다. 네 혀에 내 혀가 닿자, 넌 내 말이 그제야 생각이라도 난 듯 살며시 눈을 감았다. 긴장이라도 한 사람처럼 눈을 파르르 떨었다. 긴 속눈썹이 같이 떨렸다. 혀끝이 닿자 뭔가 화한 감각이 혀 전체에 맴돌기 시작했다.

 

조용히 내가 움직이는 대로 받기만 하던 너는 눈을 질끈 감고 직접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마나 못하던지 조금 우스울 정도로 혀를 못 굴렸다. 끙끙대는 네가 귀여워 몰래 한쪽 입꼬릴 치켜올려 웃었다. 목을 잡던 손을 살며시 올려 네 양 뺨을 잡고 고개를 좀 더 들게 만들었다. 길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좀 더 아래로 축 늘어졌다.

 

나는 네 혀를 한 번 안에서 바깥쪽으로 길게 빨아올렸다. 너는 애써 참아온 짧은 탄성과 함께 가쁜 숨을 토해냈다. 숨을 토해내면서도 어깨를 잘게 떨었다. 네 숨결이 닿는 것만으로도 좋아, 눈이 마주쳤다. 날 올려다보다 말없이 마주하는 눈이 부끄러워 먼저 시선을 내리깔았다. 뺨을 잡고 좀 더 고개를 위로 치켜들게 했다.

 

긴장한 듯 토끼처럼 순하디순한 두 눈을 끔뻑였다. 살짝 벌어진 입술에 입술을 짧게 맞췄다. 쪽, 하고 짧게 소리까지 났다. 너는 당황한 듯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술만 달싹였다. 나는 그런 네 입술에 한 번 더 짧게 입을 맞췄다.

 

지금 날 앞에 두고 딴생각하는 거야? 응?

 

한 번 더 입을 맞춰주니 그제야 넌 긴장이 풀린 사람처럼 내 품에 안겨들었다. 안긴 품이 살짝 들썩이면서 웃는 게 느껴졌다. 아, 놀랐잖아. 그러면서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웅얼거렸다. 옷에 말이 묻혀 중간중간 들렸다 말았다 하는 게 퍽 귀여웠다. 나는 네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여주다 관자놀이에 입을 맞춰줬다. 또 쪽, 하고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다.

 

왜 놀라, 네가. 모르는 척 물으며 품에 안긴 작은 몸을 끌어안았다. 분명 공기는 차갑고 하늘에선 눈이 내려 추운데도 몸이 따뜻했다. 나는 굽혔던 허리가 아파, 아예 네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저절로 어깨에서 얼굴이 떨어졌다. 고작 잠시 닿았던 주제에 어깨에 너무 따스해 닿는 공기가 이질적이기까지 했다. 이번엔 내가 널 올려다봤다. 너는 날 내려다보며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넘겼다.

 

...마음에 안 드는 줄 알았어.

네가?

아니, 나 말고.

그럼 뭐가.

 

알면서도 계속 되물었다. 손이 찼다. 손끝이 붉어진 네 손을 잡고 만지작거렸다. 너는 한참 검지로 볼을 긁적이다 말을 이었다.

 

계속 아무 말도 안 하고 앉아만 있었잖아.

 

그냥 별생각 없던 건데. 얇고 흰 손가락을 마디마디 꾹꾹 눌렀다. 진짜? 내게 잡힌 손 말고 다른 손으로 바람에 흐트러진 내 앞머리를 매만졌다. 머리카락 사이로 닿는 차가운 손끝이 기분 좋았다. 나는 고갤 끄덕였다. 너는 다행이라는 듯 웃으며 내 머리 위에 장난스레 이마를 기댔다. 그래놓곤 또 물었다. 진짜냐고. 어지간히 표정 관리가 잘 안 됐나 보다. 나는 내 머리 위에 얹어진 네 머리를 더듬더듬 만졌다.

 

진짜. 나 못 믿어?

언니한테 말을 몇 번 걸었는데도 답이 없어서...

말 걸었어?

 

내 머리 위에 얹어진 머리를 뗐다. 눈꺼풀을 올려 시선까지 쭉 올리니 추위에 양 볼이 붉어지기 시작한 네가 있었다. 가만히 고갤 끄덕였다. 그러면서 내게 잡힌 손을 빼내고 양손으로 내 두 뺨을 감쌌다. 언니 볼이 너무 차. 춥지? 내 두 뺨을 연신 쓸어줬다. 열이 점점 오르는 게 느껴졌다. 부드러운 살갗이 닿는 것도.

 

자기 얼굴 상태는 느껴지지도 않나. 자상해도 너무 자상해 탈이다. 자길 챙길 줄도 알아야 할 텐데. 뺨 위에 올라간 두 손에 내 두 손을 겹쳤다. 그러게, 춥네. 네게 슬쩍 눈짓했다. 어서 들어가자고. 너는 바로 알아채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따라 일어서려는데 눈앞에 손이 내밀어졌다. 잡으란다. 안 그래도 되는데. 뒷말은 굳이 안 붙이고 네 손을 잡았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차던 네 손이 미지근해져 있었다. 따뜻한 것도 아닌데 기분이 좋았다. 내가 차 내려줄까? 무슨 차? 탑 안에 이것저것 있던데. 막 먹다가 죽어. 진짜? 아니. 언니! 내 어깨를 아프지 않게 쳤다. 두들기듯 쳐놓곤 괜히 어깨를 문질러줬다. 따뜻하게 데워진 안으로 들어가 소파에 몸을 맡겼다. 몸이 녹는 게 느껴졌다.

 

너는 어서 차를 내려주겠다고 바로 소파에서 일어섰다. 꼭 잡고 있던 손이 떨어졌다. 기분이 묘했다. 뭐라 설명하기엔 애매했다. 그냥 손을 계속 잡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나는 네 손을 도로 잡고 내 허벅지 위에 앉혔다. 순간 몸이 뒤로 넘어간 넌 놀라서 몸이 굳어버렸다. 토끼 눈을 하며 날 내려다봤다.

 

언니?

 

네 몸을 껴안고 가슴께에 얼굴을 묻었다. 고운 천으로 만들어진 드레스 너머로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네가 날 부르길래 기꺼이 대답해줬다.

 

응, 셰리야.